“전자책이 유일한 장밋빛 시장입니다.”

오태엽 대원씨아이 콘텐츠기획본부장의 말이다. 만화 전문 출판사로는 국내 최대 회사로 꼽히는 대원씨아이가 디지털 출판에 기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원씨아이는 1991년 설립된 대원동화에서 시작한 만화 전문 출판사다. 주간지 ‘소년챔프’를 시작으로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짱’을 비롯한 인기작 다수를 내놓고 만화잡지를 발행해왔다.

2009년 5월, 대원씨아이는 격주간 만화잡지 ‘영챔프’를 온라인으로만 발행해 눈길을 끌었다. 1994년 5월 창간한 ‘영챔프’의 종이 인쇄를 마감한 것이다. ‘영챔프’는 이제 온라인 발행하는 ‘영챔프’와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으로 발행하는 ‘영챔프S’, 이 두 가지 디지털 출판물로만 만날 수 있다.

오태엽 본부장은 ‘영챔프’ 창간 해인 1994년, 대원씨아이에 입사해 ‘소년챔프’, ‘영챔프’ 편집기자를 거쳤다. 이후 ‘주니어챔프’와 ‘팡팡’ 편집장을 맡았다. 만화 전문 출판사에서 그가 12년간 지켜본 만화시장은 어땠을까.

오태엽 대원씨아이 콘텐츠기획본부장

▲오태엽 대원씨아이 콘텐츠기획본부장

오태엽 본부장은 “그래도 1990년대 후반이 가장 반짝 빛나던 시기였다”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이때 처음으로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만화잡지 ‘화이트’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마인’과 ‘나인’도 있었다. 독자층을 어린이, 소년, 청년, 순정, 성인 순정 등 7개 층으로 세분화해 만화잡지가 등장한 시기가 바로 이때다. 대원씨아이는 당시 8개 만화 잡지를 발행했다.

독자는 만화잡지를 정기구독하고, 작가는 만화잡지를 통해 얼굴을 내밀고, 잡지에 연재돼 인기를 끈 만화는 단행본으로 출간되던 시기였다. 오태엽 본부장은 “처음으로 만화가 사회적으로 관심받는 분위기”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화려한 시절은 잠깐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만화를 종이로 파는 건 무리였습니다. 한때 만화잡지가 학산문화사와 서울문화사, 대원씨아이, 동아 등에서 20여권 발행되던 일도 있지요. 1990년대 중반 처음으로 교보문고와 같은 서점에 만화 코너도 등장했고요. 하지만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며 대여점이 퍼지고, 청소년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서점에서 만화가 다시 사라졌습니다.”

‘열혈강호’,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 만화책이 서점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얼마 안 되어 청소년보호법을 내세운 ‘학원폭력을 다뤘다’, ‘선정적이다’ 등의 공격 앞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러다보니 매출도 떨어져, 지금은 ‘안 팔려서’ 자리가 없다. 자연스레 번거롭게 굳이 만화를 사보는 독자는 줄었다는 설명이다.

오태엽 본부장은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만화잡지 연재가 갖는 산업적인 의미도 빛이 바랐다”라며 “웹툰은 만화 보는 층이 커지는 효과를 낳았지만, 포털의 페이지뷰 늘리기에 도움을 줄 뿐”이라며 만화시장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최대 만화 전문 출판사인데 미국의 마블이나 DC코믹스처럼 전자책보다 더 큰 시장을 직접 만들어낼 계획은 없을까. 그는 두 회사와 대원씨아이는 다르다며 고개를 저었다. “두 곳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회사입니다. 작품의 저작권을 제작사가 보유하면서 세계관을 구축했지요. 대원씨아이는 이곳들과 상황이 달라요. 지금 단계에서는 만화 카테고리별로 최적화한 앱이 필요하다고 봐요.”

디지털 사업을 하면서 서점만 유통 채널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전엔 만화를 노출하는 매체가 만화잡지였는데 지금은 네이버가 더 인기 있어요. 종이 먼저가 아니라 디지털 먼저, 디지털 우선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해요.”

대원씨아이는 일본만화는 계약 체결의 문제로 절반 정도만 디지털로 서비스하는데 소설이나 실용서, 학습만화는 마케팅 전략상 일정 시간을 두고 디지털로 전환한다. 전용 앱이 없는 작품은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와 이동통신사, 전자책 서점에서 대여 혹은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된다. 나아가 국내 작가와 연재하거나 출간하는 만화는 100% 디지털로도 서비스한단 생각이다.

▲대원씨아이의 ‘열혈강호’와 ‘영챔프S’앱

대원씨아이가 지금까지 내놓은 모바일 앱은 격주간 만화잡지 ‘영챔프S’, ‘열혈강호’, ‘얼렁뚱땅 반지’, ‘반지의 스티커 놀이 HD’ 등이 있다. ‘영챔프S’와 ‘열혈강호는 2012년 9월에, ‘반지’ 시리즈 앱은 8월과 9월에 출시됐다. 대원씨아이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으로 출시된 ‘열혈강호’ 앱은 다운로드가 5만회 이상 발생하고, 앱 내부 결제로 판매된 책은 9만권이 넘는다고 밝혔다. ‘영챔프S’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용으로 출시돼 총 5만회 다운로드가 발생했고, ‘반지’ 시리즈는 2만회가 넘는다. 대원씨아이는 조만간 순정만화만 모은 앱을 출시한다고 귀띔했다.

디지털 만화시장에 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 같지만, 이 시장은 대원씨아이 전체 매출에서 10%도 안 된다. 오태엽 본부장은 “종이 매출이 90%이고 지난해 처음으로 디지털 사업과 해외 수출 관련한 매출이 10%를 넘었다”라며 “10%를 30%로 만드는 게 앞으로 목표”라고 말했다. 대원씨아이 한매 매출은 240억원 정도이며, 한 달 출간하는 단행본은 약 100권이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있으면 책을 먼저 보진 않아요. 웹서핑을 하거나 게임하고, 동영상을 본 뒤에야 책을 찾지요. 그래도 다른 책보다 만화책에 손이 더 많이 가지 않나요?”

오태엽 본부장은 디지털 만화 서비스에서 가장 큰 경쟁자로 게임을 꼽으며 말을 마쳤다. “우리는 책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게임과 경쟁해야 해요. 물론, 만화시장 안에서는 불법 시장과 경쟁하고요.”

  • 대원씨아이의 만화 앱 내려받기

☞영챔프S’(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열혈강호’(아이폰, 아이패드 동시 지원), ‘얼렁뚱땅 반지’(아이폰, 아이패드 동시 지원), ‘반지의 스티커 놀이 HD’(아이패드용)

출처:http://www.bloter.net/archives/129367